탈북 화가 선무씨가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 ‘통일 티켓’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탈북 화가 선무씨가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동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 ‘통일 티켓’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email protected]

 

뉴욕 개인전 연 탈북화가 ‘선무’
‘평화와 화해’ 프로젝트…‘조선의 예수’ 등 12점 전시
“닫힌 북한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림 그렸다”

지난 1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평양에서 서울 가는 열차 티켓을 손에 쥔 한 북한 소녀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작업중인 ‘통일 티켓’이라는 20호짜리 그림이다. ‘선’(휴전선)이 없다는 뜻의 그의 이름 선무(線無)처럼 현재 그의 염원을 표현한 작품이다.

얼굴 없는 작가, 이름 없는 작가로 알려진 탈북 화가 선무(40). 그가 지난달 16일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에스비디(SBD) 갤러리에서 개인전 ‘마인드 더 갭’을 열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큐레이터 김유연씨가 ‘평화와 화해’를 주제로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주요 전시로 작가를 초대했다. 김정일·김정은 부자에게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은 50호짜리 작품 ‘조선의 예수’를 비롯해 탈북자 이야기를 소재로 한 ‘탈출’ 시리즈 2점, 북한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린 ‘환희’ 등 작품 12점을 선보였다.

“뉴욕 전시회 첫날 한 여성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제 작품을 구입하면서 ‘어디서 영감을 얻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나에게 영감을 준 사람은 김일성·김정일 부자’라고 답했습니다. 그들 때문에 이 작업을 하니까요. 아마 제가 그 사회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이런 작업이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북한 사회에서 살아왔고 이제는 그 바깥에서 살아가지만 여전히 관심은 내 부모와 형제가 살고 있는 북한이기 때문에 당연히 김일성·김정일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날 우연히 뉴욕을 방문한 이준익 영화감독이 찾아와서 ‘멋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뉴욕 전시회에서는 주로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그림에 관심이 쏠린다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에 예수의 머리를 씌운 ‘조선의 예수’, 또 자물쇠가 열쇠에 의해 열린 모습을 형상화한 금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는 그림 ‘김정일’ 등에 관람객의 발길이 오래 머문다고 한다.

“닫힌 북한, 그 속에서 사치하는 김정일의 모습, 그리고 북한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유엔에서 일하는 분이 ‘그 그림들을 유엔에서 전시할 수 없느냐’고 하기에 ‘김정일과 상의하라’고 했어요.”

그림 ‘김정은’은 청색 인민복을 입은 후계자 김정은의 왼쪽 가슴에 김일성의 초상화 그림 대신 나이키 로고를 그려 넣었다. 그는 “김정은만은 외부 세계와 닫힌 세상 말고 열린 세상을 살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에 유독 북한 어린이들이 많이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어린 시절 행복했다고 기억한 순간들이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행복이나 자부심과는 너무 차이가 나더라고 했다. 그 행복이 오직 한 사람을 위해서 존재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이 개방되어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좀 더 나아졌으면, 그 속에 사는 나의 부모, 형제, 친구들이 좀더 낳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내 그림의 주제”라고 밝혔다.

북한의 한 사범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2001년 30살에 두만강을 건너서 북한을 탈출했다. 중국에서 2년 정도 숨어 살면서 “남북이 갈라진 비극과 국적 없이 숨어 사는 비애를 뼈저리게 느껴” 타이를 거쳐서 2002년 초 남한으로 건너왔다. 그 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과거의 삶과 현재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전업작가로 나섰다. 2008년 첫 개인전 ‘우리는 행복한 세상에 삽니다’ 등 크고 작은 5~6회 전시로 미술계에 이름을 새겼다.

그의 이름 ‘선무’는 홍익대 시절 그를 가르쳤던 이용백 작가와의 합작품이다. 이 작가가 ‘분단의 장벽이 없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무선’을 제의했고 그가 뒤집어 ‘선무’로 결정했다.
그는 다음달에는 서울 강남에 자리잡은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에서 전시회를 연다. 북한에서 그린 작품과 북한을 떠나 서울에서 작업한 그의 작품을 나란히 전시할 예정이다. 북한의 안과 밖을 비교해서 보여주려는 것이다.
“아직도 북한에 살아 있을지 모를 부모님과 형제들이 보고 싶습니다. 그럴 때마다 붓을 잡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정상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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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490443.html#csidxb68876480a0e3879ca794953766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