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에 우리는 삽니다』展은 탈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위치한 ‘선무’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 한국에 있어 분단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38선 이남에 위치한 우리들에게 분단이라는 현실은 언젠가부터 머릿속에서 지워진 현실이 되었고 북한의 사람들은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연히 남북분단은 현실이며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이다. 그 속에서 작가 선무의 목소리는 특별하다.

 

선무는 중국에서 라오스를 통해 7년전 한국으로 왔다. 아니 ‘남한’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다. 북한에서 그림을 전공한 작가는 남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북한에서 배운 사실적인 화풍을 그려오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이야기… 그에게서 북한을 빼면 남는 것이 얼마일까? 그는 북한을 이미지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조선소년단원들 Boy members of Chosun boys, oil on canvas, 91x 200cm, 2008

화폭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작가에게 세상을 향해 북에 대한 부조리함을 토해내는 수단이자 그가 탈북과정에서 마주했을 죽음의 순간과 남한에 와서 느꼈을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트라우마에 대한 자기 치유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행복에 겨운 터질듯한 웃음을 띠고 있다. 그의 말로 태어나면서부터 빨간물 즉,’주체사상’의 물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다. 선무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난 그는 그것이 행복이 아님을 안다. 그의 화면에서는 그곳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과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이 교차한다. 그럼 지금 그와 우리가 사는 이곳은 어떤가? 우리는 정말 행복한가?

그가 북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가장 큰 이유는 통일이다. 북한의 부조리함을 가장 잘 알고 피부로 느낀 사람이면서도 미워할 수도 버릴 수도 없다. 오히려 내 고향과 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그는 ‘예술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라고 믿는다. 비록 그 힘이 미약할지라도 언젠가는 그의 염원이 북한에 전달되어 그곳에 남은 가족들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선무(線無)’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니다. 선을 없앤다는 의미의 선무는 남과 북의 구분이 없는 하나의 세상을 염원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선 정치도 이념도 없다. 물리적 사선을 넘은 선무… 이제는 남한에서 보이지 않는 문화의 선, 편견의 시선도 뛰어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작가.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가진 작가 선무로 살아남길 바란다. ■ 대안공간 충정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