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금)부터 10월 4일(금)까지 선무(線無) 작가 개인전 ‘이데올로기’가 제주 갤러리 ‘포지션 민 제주’에서 열린다.
선무 작가는 북한 출신이다. 북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민군 복무까지 마친 뒤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다 1990년대 말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후 중국에서 어렵게 지내다, 2000년대 초 구사일생으로 대한민국에 정착한다. 전공을 살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과 학사·석사과정을 마쳤고, 현재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선무 작가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창작 공간 ‘예술곶 산양’에 레지던시 작가로 1년 남짓 머물면서 창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작가는 소개 글에서 “우리에게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토분단이었고 동족끼리 죽음의 전쟁이었으며, 이념대결로 가슴 아픈 상처를 낳았고, 수많은 생명들이 정치권력의 리익을 위해 희생양으로 억울하게 사라지게 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을 제정신 아닌 허수아비로 만든다는 것”이라며 남한과 북한 양쪽을 몸소 겪으며 느낀 점을 풀어냈다.
그러면서 “이데올로기는 분단 한 세기가 다가오도록 남북의 인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고 지금도 안겨주고 있다”며 “사람이 사람으로 살수 없게 하는 것이 이데올로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국 이데올로기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것 너머에서 화목하게 사는 남과 북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작품으로 표현해 본다”고 설명했다.
전시 소개글을 쓴 박경훈 작가는 “선무의 작품은 소위 ‘선전화풍’이 주를 이룬다”며 “남한 사회에서는 이미 쓸모없어진, 인민의 정서적 고양 수단이었던 북의 선전화의 양식을 차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행위는 자신의 태생지에서 배태한 조형 양식을 차용해 남한 사회에서는 이질적인 브레히트의 ‘소격효과(疏隔效果)-낯설게 하기’ 같은 것을 노린 예술적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스며들기보다는 드러내기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는 남한 사회도 이 세상의 온전한 답은 아닌 것이다. 탈피, 탈색을 통한 착한 탈북 주민으로 남한 사회의 안정된 정착 또는 상업 화단의 성공한 예술가로 살기보다는 ‘선’을 지우는 적극적인 작업을 통해 남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상향-통일된 나라를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고 소개했다.
박경훈 작가는 “나는 그가 더 낯선 제주에서 자기보다 앞서 ‘선’을 지우려다, 치도곤을 당하고 여전히 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제주 섬사람들. 그들이 죽음으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제주의 역사와 그 역사가 스미어 슬프나 아름다운 섬을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더했다.
이번 전시는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평화예술교류협회, 네오룩과 함께 한다. 포지션 민 제주는 제주시 삼도2동 주민센터 옆에 위치해 있다.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