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 10월 4일까지 이데올로기전

탈북 작가는 제주4·3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990년대 말, 탈북 후 국내에 정착해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선무’가 지난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포지션 민 제주에서 ‘이데올로기’전을 연다.

이데올로기는 ‘정치 이념’이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전시에서는 편향적인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이데올로기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가 없다고 전하며, 작품을 통해 정치적인 이념 없이 화목하게 사는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작품들은 탈북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선전화풍’이 주를 이룬다. 이는 자기모순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국내에서 북한의 선전화 양식을 차용해 작품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소격효과-낯설게 하기’를 노린 예술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스며들기 보단 드러내기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작품은 더 이상 생업 현장의 생산력을 고취하기 위한 체제 선전을 위한 도구가 되지 못한다. 분단 현실을 비틀고, 비판하며 평화의 염원을 그려내는 미디어로서의 기능과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성산일출봉, 선무

작가는 한경면 산양리 ‘예술곶 산양’ 레지던시 작가로 1년여간 활동하며, 제주를 배경으로 하나 작품들을 펼쳐냈다.

대표작인 ‘수학려행’은 협재해수욕장에서 제주와 북한 여중생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담았다.

‘성산일출봉’은 예술곶 산양에서 활동할 당시, 동네 아줌마가 들려준 ‘제주4·3’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그림 하단부의 검정현무암은 억울한 영혼의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송악산, 산방산, 한라산이 한 화면에 포착된 모슬포의 모습을 담은 작품 ‘려명’은 슬픈 4·3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시대로의 염원을 표현한다.

이외에도 작품 ‘동백’은 4·3의 상징인 동백꽃이 뒤플리고 상처를 받으면서도 꽃을 피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주로 제주 체류의 경험을 담아냈으며, 섬의 풍경과 4·3 관련 작업들이 주를 이룬다.

더불어 작가가 제주의 화산석인 현무암을 다듬어 화병처럼 만든 조각과 DMZ에서 주워 온 가시철조망에 동백, 진달래를 표현한 작품들은 작가의 표현영역을 넓히는데 일조한다.

한편, 선무 작가는 북한에서 태어나 중·고등하교를 졸업하고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1990년대 말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후 중국에서 거주하다가 2000년대 초 국내로 정착했다. 이후, 2007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해 국내외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 제민일보(https://www.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