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작품 의도를 한마디로 표현하기 매우 힘듭니다. 그림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2일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 1층 특별전시실 <나의 생각은> 작품을 전시 중인 탈북민 선무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작가는 관람객에게 생각거리와 영감을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2002년 한국에 들어온 선무(線無) 작가는 다소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황해도가 고향인 50대 초반의 선무 작가의 이름은 예명이다. 이 이름에 그의 정체성이 들어있다. ‘선이 없다’는 선무는 경계와 선을 넘어 편견이나 한계가 없다는 뜻이다.
그의 이름 속에 숨은 의미

여기서 편견은 탈북민에 대한 일부 삐딱한 시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념과 체제 등 우리를 둘러싼 정치와 사회를 뜻할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틀을 작품을 통해 벗어던지는 시도를 꾸준히 전개했다. 이렇듯 선무라는 이름에는 예술과 삶의 경계가 없다는 다층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이에 대해 선무는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강조하는 주제 미술을 많이 보고 자란 배경도 작품에 묻어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예술 분야에서 김일성 사상을 강조하고 빨간색 등 원색적인 색상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인상파적 화풍도 엿보인다. 진달래 연작들은 한반도의 화려한 봄을 상징한다. 진달래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진달래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분단의 이별과 그리움을 상징하고 있다.

작가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는 것은 전시실 중앙에 걸린 두 개 그림이다. 종전과 평화로 ‘내 고향으로 가는 길’과 고향의 진달래가 자신의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진달래와 들국화를 합쳐 만든 설치작품도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철조망은 분단의 흔적으로 분단을 극복하는 의지와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지난해 1년간 제주도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작품의 모티브를 찾기 위해 갔다는 것. 그는 지난해 말 제주도 역사와 도민들의 한 많은 정서를 담은 작품을 제주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선무 작가가 해외에서 더 주목 받는 이유
선무 작가는 “자신을 포함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의 말대로 그림을 보고 관람객들마다 느낌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선전 포스터 분위기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으며, 분단의 상처에 공감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작가는 남북한을 떠나 가치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작가는 이념의 틀을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분단의 현실을 그림으로 극복하고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요컨대 선무 작가의 작품 메시지는 평화, 통일, 고향, 그리움이라고 하겠다. 선무 작가의 전시를 주관하고 있는 이준호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팀장은 “북한의 ‘조선화 화풍’으로 작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 받고 있는데 관람객도 작가의 시선이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선무 작가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그림으로 버는 수입은 적지만,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안재영(63) 북한학 박사는 “선무 작가의 그림은 다른 탈북 미술작가들과 다른 독특한 화풍이 매력이다”라고 평가했다. 선무 작가는 내년 프랑스에서 DMZ 여정을 담은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달 중에 프랑스 유명 작가와 함께 DMZ를 걸으며 거기서 느낀 생각과 소회를 기록하고 작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는 개관 이후 해마다 탈북 작가들의 작품을 남북문화통합 차원에서 공모 전시하고 있다. 올해는 센터 1층에 특별전시실을 마련해 규모를 확대했다. 선무 작가의 작품은 올해 세 번째 초대전으로, 유화와 설치 작품을 포함해 모두 108점이 올해 말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