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북한을 떠나 얼굴과 본명을 감춘 채 묵묵히 그림을 그려온 화가가 있습니다. ​

한때 남과 북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했던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갈망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하는데요.

‘1호 탈북 화가’ 선무의 작품세계, 김지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타오르듯 붉은 강 위로 빼꼼히 내민 얼굴.

두만강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오며 느꼈던 극한의 두려움이 담겼습니다.

두고 온 고향을 향한 그리움은 화폭에 가득 담아봐도 채워지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

그리고 어머니, 내 어머니….

북한을 떠나 중국,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정착한 화가 ‘선무’에게 평화는 숙명과도 같은 주제입니다.

[선무/화가 : “편지가 북쪽으로 가야 되는데 갈 수 없는 현재 남북의 상황, 평화적인 해결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사상 첫 남북미 판문점 회동의 주역들.

평화가 성큼 다가오나 싶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그 매듭을,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선무/화가 : “남북이 풀기에는 너무 힘든 매듭이 돼 있고 여러 나라가 같이 움직여야 가능한, 그 매듭이 풀리기를 바라는, 이 땅에 봄이 오기를 바라는…”]

한때는 남과 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첫 전시회 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했고, 중국에선 북한의 반대로 공안이 작품을 압수해 개인전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강성은/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 “(선무의 작품은) 이념의 대립을 부추기는 작업보다는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작업들이 많습니다.”]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만큼은 이념의 벽을 넘어 함께 뛰놀 수 있기를, 말이 통하는 그 누구라도 남과 북의 소주를 나란히 놓고 한 잔 할 수 있기를, 그 소박하지만 쉽지 않은 꿈을 위해 작가는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선무/화가 : “북한에서는 조선화라고 하죠? 그걸 더 예쁘고, 하지만 의미 있게 그런 식으로 한 번 해볼까 궁리 중이면서 지금 시작한 거죠.”]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이호/영상편집:한효정